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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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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bi e bevande
Sviluppatore 부산광역시
Libero

음식으로 부산을 읽다


- 부산의 향토음식 이야기 -

‘부산’하면 떠오르는 부산의 대표음식들이 몇몇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부 산시는 2009년 부산의 향토음식을 선정한 바 있다. 생선회, 동래파전, 흑염 소 불고기, 복어요리, 곰장어구이, 해물탕, 아구찜, 재첩국, 낙지볶음, 밀면, 돼지국밥, 붕어찜 등 13가지 부분이다.
향토음식 속에는 그 지역의 역사와 각 시대별 사회상이 녹아있다. 그래서 부산향토음식에 투영된 부산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되짚어 보면, 지 역의 역사적 사건과 사회전반의 현상을 재미있게 풀어볼 수가 있는 것이다.
부산은 예부터 다양한 외부의‘세력과 문화’에 유연한 태도를 보여 왔다. 다른 지역이 문화다양성에 보수적이었던 반면, 부산은 수용적이었던 것. 이 는 부산사람들의 자유분방한 성정에서도 기인하지만, 역사적 지정학적 배 경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다.
지정학적으로는 한반도 남단의 해양을 국경으로 하고 있었기에 해양문화 수용이 자유로웠다는 점, 역사적으로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여러 경로 를 통한 인위적이고 다양한 문화유입이 급속도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렇게 여러 경로로 유입된 문화들 중‘먹거리 문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부산은 근현대를 거치면서 팽창된 도시이다.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 등이 그것인데, 이 시기를 즈음하여 우리 부산의 음식들이 새로이 변화, 조성되 고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우리 부산의 근현대 음식을 살펴보다 보면 자연스레 부산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부산의 전반을 풀어볼 수 있게 된다. 때문에‘부산음식을 살 펴보면 부산의 역사가 보인다.’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그 일례를 들자면 밀면과 돼지국밥, 부산어묵과 꼼장어구이 등이 있겠다. 돼지국밥은 원래 부산∙경남 식은 국물이 맑은 고깃국형태였다. 살코기만 으로국물을내고무와고춧가루파등으로끓여낸,탕이아닌국으로먹어 왔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국밥에 돼지 부산물을 섞어 넣고, 사골로 육수 를 내는 등 현재의 돼지국밥 형태로 변형되어 온 것이다.
현재 밀면의 원형도 이북 지역의 냉면에서 그 뿌리를 찾고 있다. 한국전 쟁 당시 이북에서 피난 온 분들이 원조물자로 들어온 밀가루로‘망향의 음 식’을 만들어 먹은 것이 밀면이라는 것.
먹장어도 배고픈 시절 구황음식(기근때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곡식 대용으로 먹던 초근목피류의 식품을 말함)의 일종으로 짚불이나 연탄불에 구워먹던 음 식이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먹장어 껍질을 고급 피혁 원재료로 수출을 한다. 1980년대 초반에는 그 수출액이 천만 불을 넘기면서 부산 수출의 효 자상품으로 발돋움 한다. 이렇게 부산의 음식 속에는 우리 부산의 다양한 역사가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자면 우리 부산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전통음식, 부 산의 향토음식은 대부분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부산의 향토음식들은 외부 환경에 의해 급속하게 재편된, 타의에 의한 급조된 음식들이다. 향토음식이 라 함은 그 지역의 사람들이, 그 지역에서 나는 음식재료로, 그 지역의 환경에 의해 오래도록 길들여진 입맛으로 먹되, 지역사회 전체가 향토음식으로 공유하는‘자연발생적인 음식’을 뜻한다.
그러나 부산의 고유 향토음식들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부 산고유의 음식문화를 전승하지 못했다. 한국전쟁 시점의 경우 음식재료의 절대적 결핍도 한몫 했겠지만, 타 지역의 음식문화유입과 수용으로, 부산고 유의 향토음식은 자연스레 여타지역 음식문화와 흡수, 통합의 과정을 거치 게 된다. 그리하여 지금 부산의 향토음식들은, 기존의 향토음식들이 재가공 또는 재창조되는 형식으로 새로운 형태의 향토음식이 되었다는 것. 아니면 지역 환경과 달리 갑자기 등장했지만 부산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향토 음식화 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산의 음식은 급격한 사회 환경 속에서‘부산화’된다. 때문에 ‘부산음식’은‘부산을 읽는 텍스트’다. 부산의 역사와 사회상, 한 시대의 문화와 부산사람들의 기질까지 투영하고 있는 것이 바로 부산의 향토음식인 것이다.


- 부산 식문화의 과제와 방향 -

이상과 같이 부산의 대표음식은 부산의 근현대사와 맞물려 수용, 혼용, 발전을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러‘부산의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 나 이마저도 근래에 와서는 그 존재의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관광활성화와 음식문화∙시장의 급속한 발전∙성장으로‘부산음식 의 전국화’가 이루어지면서, 부산사람들의 끈끈하고 화끈한 성정을 내포하 고 있던 부산음식 고유의 음식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
부산음식의 특징은 원재료를 잘 살리면서도 양념이 강하고, 자극적이면서 깊은 맛을 내는 것이 특징. 맵고 짜면서도, 시원하고 진한 풍취를 자아내 는 것이 부산음식이다. 그러나 전국화 과정에서 조미료의 과다사용과 단맛 일색의 양념선택 등, 부산음식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
어차피 음식은 수요자의 입맛을 존중해야 하겠으나, 수요자의 존중이 지 역향토음식의쇠락의길로인도하는것이다.그지역을대표하고그지역 을적확하게알리는향토음식의특징에서본다면,이는독이든성배일수 도 있는 것이다.
기실 부산의 향토음식은‘최선의 음식’이 아닌‘차선의 음식’이었다.‘대 체의 음식’이자‘차용의 음식’이다. 그러나 우리 부산의 음식은 춥고 배고 픈 시절, 부산사람들의 따뜻하고 푸근한 마음을 전해준 착한 음식이다. 조 금 부족하고, 조금 열악한 음식이었지만, 마음만은 배부른 음식이‘부산의 향토음식’이었던 것.
향토음식은 그 지역 사회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해서 지역의 음식을 계 승, 보존하는 것은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지역의 맛을 철 저하게 보존∙계승해야지만, 그리고 제대로 된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다. 그 지역을 찾는 사람들의 행렬도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